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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내가쓴 글

내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 결국엔 사진을 이야기하다.

by 1.4™ 2022. 6. 5.
파도치는 강릉 경포해수욕장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내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 결국엔 사진을 이야기하다.

집 장롱 안에 카메라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된 건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누가 훔쳐갈까 보자기로 꽁꽁 싸매 놓은 카메라가 한대. 유치원 시절 친척분이 일본에 다녀오면서 우리 집에 선물해 준 카메라인데 캐논에서 발매한 AV-1이라는 카메라였다. 초등학교 시절엔 별 관심이 없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특별활동반에 사진반을 본 순간 장롱 속 안 카메라와 함께 나의 사진인생이 시작 되었다.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 거야?

내가 찍는 게 뭔지 관심은 하나도 없이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을 당시 보았던 광고 사진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내가 보았던 광고사진처럼 나오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그렇게 사진을 촬영하다가 '화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비싼 게 좋은 줄 알고 필름 상자에 적혀있는 높은 숫자가 좋은 필름인 줄 알고 잔뜩 기대하며 찍었던 사진이 새까맣게 나왔을 때 '감도'를 배웠다. 도로에 지나가는 멋진 자동차와 공원에 있는 분수대에서 뻗어 나오는 물줄기를 찍었지만 내 눈에 보이는 장면과 다르게 찍히는 것을  보며 '셔터스피드'를 배우고, 눈앞에 있는 꽃만 선명하게 찍고 싶은데 어떻게 할 줄 모르는 나에게 '심도'의 개념을 알려준 사진반 선생님 덕분에 '조리개'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진을 처음 배우고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것은. 앞서 이야기한 화각이니 감도니 셔터스피드니 이런것들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사진(photography)' 자체를 바라보고 눈앞에 보이는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찍어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정확한 데이터를 적용해서 완전한 사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 찍는 것을 통해서 바라보는 시각을 결과로 직접 체험하고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아 가는 것만큼 좋은 경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셔터를 눌렀을 때 손끝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지는 기계적인 감촉과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는 순간의 장면.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설레며 기다리는 1주일. 현상 인화를 위해 자주 오가니 자연스레 친해지는 사진관 사장님. 그리고 사진으로 알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추억이라고 이야기하는 한 장의 사진. 내 사진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봤을때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수 없는 한장의 사진이지만 그 사진을 촬영한 사람과 그 사진 속에 있는 피사체들은 그 사진을 보고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다. 그렇게 사진은 나의 이야기이며 우리가 촬영한 사진은 기록이 되며, 사진속에는 나의 모습은 없지만 그 사진을 찍는 그 곳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다. 그렇게 사진은 나와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다. 그런것이 사진이다.


마무리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에 관한 문장으로 내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한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폭력을 이길 수 있는 건 한자루의 펜 이지만, 그 펜을 이길수 있는건 한 장의 사진이다.'
'장비로 사진 찍지 마라. 하지만 사진은 장비로 찍는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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